알고 보는정신의학 발전사 ③ 

윤 형 곤 │가나병원 병원장 

19세기 말에는 정신 치료가 분석적이고 해부학적이며 생물학적이라고 비판하는 일군의 연구자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정신분석가라고 불렀던 사람들로 성욕의 억압 이 어떻게 신경증으로 이어지는지를 알려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정신질환이란 어린 시절의 불행한 경험과 일상생활의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통찰력을 신봉하였다. 

유대인 정신과 의사였던 프로이트가 1881년 빈 의과대학을 졸업할 당시는 유대인이 냉대받지 않고 사회적 위세가 높은 시기였다. 프로이트는 우울증 환자를 진료하던 중 젊은 여자들의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성적 요소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모든 여성이 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처음에는 경악하지만, 곧 누구도 나에게 성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프로이트는 이들에게서 성적 기억을 끌어내게 된다. 당시 유럽 중류층은 성적으로 세기말적 퇴폐 풍속에 젖어 있어서 성욕 억압이 어떻게 신경증으로 이어지는지를 밝히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특히 중류층 여성 유대인들의 전폭적인 관심을 받게 되면서 큰 반향을 얻었고, 1895년 『히스테리 연구』와 1900년 『꿈의 해석』을 발표하면서 일약 유명세를 치르게 되었다.

프로이트는 매주 수요일 정신분석 사례를 토론하고, 문학작품도 정신분석적으로 해석하는 수요회를 결성하였고, 여기에 문학과 예술 전반에 이르는 유명 인사들을 두루 섭렵하면 서 유명세를 치르게 되었다. 그리고 1911년 스위스 출신의 비 유대계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 타프 융이 국제정신분석학회 초대 회장으로 추대되면서 비유대인에게도 정신분석 치료가 널리 행해지게 되었다. 프로이트는 그의 자유 연상 이론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단어연상검사를 개발한 융을 아꼈으며, 유럽에서 비유대 계에도 정신분석 치료법을 널리 알리고자 융을 후계자로 낙점하였다. 

정신분석의 원칙은 자기성찰 과정에서 환자는 의사와 지속적으로 친밀성을 갖고 정서적 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의사는 환자의 심리적 갈등을 이해하고, 중산층의 마음에 다가가도록 치료방식을 다듬어야 했다. 당시 공개된 프로이트 정신분석을 위한 세 가지 주요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의식 밖으로 튀어나오는 무의식적 사고를 억제하려는 환자의 저항, 둘째, 정신증의 주요한 원인으로 성(性). 셋째, 어린 시절 초기 경험이 정신분석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유행하던 정신분석계에 내분과 갈등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1870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난 아들러는 프로이트의 2인자임을 인정받아왔다. 그는 초기 연구에서 외상 경험이나 정신성 발달이 인격 형성의 핵심이라는 프로이트 이론에 반대하고 열등감 콤플렉스가 인격 형성의 핵심이라고 하였다. 그래도 활동 초기에는 프로이트의 지지를 받아왔지만 융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아들러는 프로이트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과 성욕을 무시하고 정신분석을 생물학과 생리학으로 설명하는 아들러를 공격하였고, 아들러는 학회에 사퇴하면서 프로이트와 결별하게 된다. 

정신의학과의 관계에서도 젊은 정신과 의사들이 수용소 중증 환자를 등한시하고 신경증 환자만 치료한다는 것은 정신의학의 업적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시작하였다. 1930년대에 이르러서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생겨난 나치 일당이 정신의학의 역사를 말살하기 시작하였다. 저명한 유대인 의사들이 홀로코스트 과정에서 살해되거나 대 이주를 시작하면서 정신의학의 구심점은 미국으로 옮겨간 다. 미국에서 정신의학의 주요 치료 대상은 정신증 환자가 아닌 신경증 환자였고, 진료 장소도 수용소가 아닌 도시 번화가에 위치한 클리닉으로 이전하였다. 

미국 정통 정신분석의 시작은 “자아 심리학(Ego psychology)”에서 시작한다. 프로이트가 1923년 고안한 금기에 대해 에고와 이드가 일으키는 갈등에 관한 이론이다. 프로이트가 유년기의 성숙 과정과 성을 중심으로 이드 심리학을 설명한 것과 달리 미국의 자아 심리학은 성인 환자의 사회 적응의 어려움을 설명하려고 하였다. 환자 삶의 질을 실제로 개선하고자 하는 실용주의적이고 진보적인 미국적 관점에 맞춘 이 론으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금기시되는 욕망을 억압해야 한다는 프로이트의 관점과는 대조적인 면이 있었다. 

미국 정신분석의 대상은 단순 신경증에서 정신분열, 조울증 그리고 정신적 우울증에 이르기까지 중증 정신증으로 확대되었다. 미국 정신분석 연구자들은 전문 수련의의 정신교육 훈련도 맡게 되면서 정신의학을 통제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정신 의학의 치적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크레펠린의 진단분류법도 부정하였다. 정신 분석가에게 있어 정신질환은 환경 적응에 얼마나 실패했는지에 대한 양적 차이가 중요하였지 건강과 질환 사이의 절대적 경계선이 있다는 것은 무의미하였다. 그래서 정신분석가들은 질병 완치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고, 그들의 임무는 정신질환의 원인이 된 심리상태를 원상태로 돌려놓은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분위기가 미국 정신의학계를 지배하면서 미국은 질병 본질에 대해 무관심 해졌다. 이후 주요 정신질환을 잘못 진단하는 사례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모든 정신 질환을 정신의학이 아닌 정신분석적 용어로만 설명하기도 하는 난처한 상황이 전개 되었다. 미국의 정신분석 의사는 1933년 이후 유럽에서 홀로코스트를 피해 이주한 엘리트 의사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미국 거주 유대인 치료를 위한 주요한 대안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정신분석의 쇠퇴가 총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정신과 약이 개발되기 시작하고, 신경계 이상에 대한 원인을 강조하는 정신질환 연구가 활성화되며, 대안적인 정신질환 치료법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정신분석 에 대한 관심은 점차 엷어지게 되었다.